동물의 일기-_-;
2007/12/20 13:53 in 분류없음 | Tags: 과제, 심해생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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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 눈을 뜬것도 감은 것도 아니다.
뜨거운 물이 나오는 열수구를 알기위해 눈을 떴고, 위에서 혹시나 새로운 것이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한번 깜빡였다. 눈이란 거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태어나서 줄곧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. 느낄 뿐.
나는 반짝이며 발광한다. 이때 내게 유인되는 약한 존재들을 나의 큰 턱 속으로 빨아들인다. 이건 내 의지가 아니라 본능이다. 먹기 싫을 때도 있지만 죽고 싶지 않다.
가끔 그녀들이 유인되기도 한다. 허나 내게 있어서 그녀의 존재는 미끈거리는 비늘 덩어리일 뿐. 발광으로 소통하는 우리는,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단순해서 내 몸은 더더욱 차가와 졌다.
그 날 그녀는 내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. 속이 텅 빈 나에게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. 그리고 그녀는 어둡고 깊은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. 그녀의 차가운 뒷모습을 보며 나도 생각했다. 네 속도 텅 비어 있다고.
우리에겐 차디찬 비늘과 텅 빈 몸속에서 나오는 천박한 빛 말고 색다른 게 필요하다.
이런 차가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나는 느낄 수 있다. 이곳에 사는 동물 중에도 나와 다른 피를 가지고 다른 속을 가지고 있는 생물도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. 그는 유유히 헤엄치며 다른 동물들을 살필 뿐, 어떤 공격도 위협도 가하지 않는다. 우리랑 다르게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 동물 몸속엔 피가 흐르고, 심장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.
내게도 그런 게 있었다면 우리도 천박한 빛 말고 따뜻한 피로 대화할 수 있었을까?
하지만 다른 세계에 사는 동물에게 독이 되는 영양분을 먹고 사는 우리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밑바닥에서 미끌대며 폐쇄된 채 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.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특별함일지 불행일지 나는 가늠할 수 없다.

